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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9/30 무력한 인간의 죄책감 . (6)
몇일 전이었다 . 장사가 안될때마다 나와 엄마는 카운터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는데 그 시간엔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 마침 뉴스에선 의붓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 (옛날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 그런 소재는 에로비디오에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집은 사실 , 그런 뉴스를 저런쯧쯧하며 그냥 넘길수 있는 집은 아니다 . 저런 소식이 들려올때마다 아버지와 내 사이는 더 서먹해지기에 충분하다 . 아니나 다를까 . 엄마가 한소리 거든다 .

"우리집엔 설마 저런 일이 없겠지만 . 만약에 저런 일이 일어난다 , 그럼 난 그 새끼 죽이고 나도 죽을꺼야 . 어디 우리 딸에게 감히 … ."

그녀는 강한척 하려는 양반이다 . 과격한 표현을 빌려 자신의 의지가 굳건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 초등학교 3학년때 담임선생님이랑 엄마의 남동생은 멀쩡하게 잘 살아있잖아.' 라고 말하려다 그만둔다 .
근데 갑자기 , 쓸데없는 생각이 나버렸다 . 아 . 뉴스 따위 보지 않는건데 .


예닐곱살때 쯤이었던것 같다 . 내가 자위를 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였다 . 엄마에게는 당시 남자친구 -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남편 쯤으로 해두자 - 가 있었고 그 해 여름에 나와 엄마는 그 남자의 집에서 1주일 정도를 보냈었던것 같다 .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나보다는 두세살 정도가 더 많아서 공통점도 별로 없었을뿐더러 , 웬지 쑥스럽기도 해 그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난 거의 집에 틀어박혀 티비를 보며 소일하는 날들이었다 .

날이 흐린 정오였다 . 그 날 역시 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티비에서는 당시 졸라 잘나가는 네마리의 거북이들이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 그때 거실에서 엄마와 그 남자의 대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걸 느꼈지만 난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 실상 내가 할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었고 , 엄마와 만난 남자들은 대부분이 그렇게 자주 언성을 높이며 그녀와 싸워댔으니 별로 새로울 것도 없었던 것이다 .

언성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그는 힘으로 엄마를 제압했던것 같다 .

짧게 얘기하자면 , 그 뒤에 내가 들은 말은 '다리 벌려' 와 '힘빼' 라는 그 두가지 문장과 엄마의 뭣에 눌려 소리도 제대로 못 지르는 신음소리뿐이었다 .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는 충분히 알수 있었지만 그 당시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보던 닌자거북이를 마저 보고는 밖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낮잠을 자는 것밖에는 없었다 .

잠에서 깨어났을때였다 . 엄마는 내 머리맡에서 울고 있었다 . 난 계속 자는척 했다 . 엄마는 내가 깬걸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훌쩍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
'엄마는 괜찮아 . 엄마는 괜찮아 . 넌 이런 일 당하면 안돼 .'


20년 동안이나 잊고 있었는데 어쩌다가 생각났을까 ? 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쓰고 있을때 티비에선 한 일일 연속극의 히로인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 생각해보니 난 엄마가 자전거를 타는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단 생각이 났다 .

"엄마 자전거 탈줄 알아 ?"
"몰라 ."
"왜 몰라 ? 나중에 자전거 한대 사줘 ?"
"어이구 됐네요 . 이 나이 먹어서 자전거 타고 앉아있게 생겼냐 . 참 , 자전거 하니까 생각난다 . 너 강원도에 있을때 자전거 타다가 코갈이 했잖아 ."
"코갈이가 뭐야 ?"
"자전거 타다가 뒷브레이크를 잡는다는 것이 앞브레이크를 잡아갖구 콧잔등이랑 마빡을 신작로에다 확 문대지 않았었냐 왜 ."
"… 단어 좀 만들지마 . 근데 그때 엄마는 서울 있을때였잖아 . 나 얼굴 다친거 봤었든가 ?"
"그럼 . 늬 할머니한테 그 얘기 듣고 그 주 쉬는날 쏜살같이 내려갔지 . 세상에 콧잔등이랑 마빡이 다 갈려서 말도 못했어 . 늬 할머니가 나한테 엄청 걱정하면서 그러더라 . 저거 흉지면 어떡하냐고 , 여자애가 . 그래서 내가 '애들이라 괜찮아 .' 라구 그랬지 ."
"…  걱정하는 척이라도 좀 해주지 ."
"그 날 밤에 너 잘때 내가 얼굴에 약발라줬잖아 ."
"… … ."
"약을 발랐는데 상처에서 진물이 나서 그걸 다 닦고 새로 발라주고 그랬지 ."

나는 무척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 아니 . 사실은 그냥 콧잔등이 시큰해졌다고 표현할수도 있겠다 .

사실 난 , 엄마에게 지고 있는 엄청난 빚과 죄책감에서 무책임하게도 벗어나고자 했었던 한마리의 찌질이에 불과했던 것이다 . 이제 나이도 좀 먹었으니 , 얼른 돈 벌어서 , 아니면 가게 일 열심히 도와주면서라도 엄마 호강시켜줄께 . 아니면 호강은 못 시켜주더라도 조금은 편하게 해줄께 . 라고는 하지만 사실 난 아무것도 할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 난 그때 그 새끼를 말리지도 못했으며 , 경찰에 신고하지도 못했으며 , 그 새끼의 뒷통수에 야구빠따를 날리지도 못했다 . 난 난생처음 경험하는 합의되지 않은 남의 섹스현장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는 꼬마아이에 불과했다 .


난 , 내가 무력한 인간인걸 너무 빨리 깨달아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