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솔리드를 처음 본 그 당시를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때는 아마도 1990년 초 여자배구대회였던가. 당시 축하무대는 야외에서 이루어졌는데 그때 세 청년이 나왔다. 당시 이준은 빨간색 바지에 검은색 티를 입고(아마도 멤버가 거의 색을 비슷하게 맞췄던듯) 역시나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지팡이를 현란하게 휘둘러댔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게 신기하다. 아무튼 그때 당시는 내가 이박사에 한참 빠져있을때라 그들은 금방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알겠지만 1집은 앨범의 퀄리티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아마도 너무 앞서갔단 이유로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대중들에 의해 사장되었다(네이버에는 1집이 1993년 발매라고 되어있는데 아마 네이버가 틀렸을거다).
그리고 1995년. 솔리드 2집이 발매되었다. 다른 가수들에겐 서퍼모어 징크스가 걱정인데, 아마도 솔리드에겐 프레쉬맨 징크스가 있었나보다. 그리고 난 당연하게도 솔리드에 열광했다. 지금 나이때야 음악을 듣고 하는것만으로도 '난 이 사람 팬이야.' 라고 말할수 있지만 그 당시의 나는 어렸기 때문에 '빠순' 의 기질을 보였다. 그리고 솔리드에 관한 모든것을 다 모았다. 잡지 스크랩 등등. 당시 솔리드의 인기는 엄청난 것이었고 그들의 기사는 어디에서나 찾을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잡지 스크랩만 아마도 두박스는 됐을 것이다.
아무튼 이 청년들은 2집, 3집 승승장구하며 가요판을 싹쓸었으며 그들의 패션은 와이셔츠 공장을 망하게 만들 정도였다(이건 오반가?).
2집은 정말 버릴게 없는 명반인데, 난 개중 슬럼프란 곡을 가장 좋아했다. 함 감상하고 넘어가자. 라이브 버전이다.
아아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이 느껴진다. 역시 대단하다. 아무튼, 2집의 성공으로 3집 컴백 역시 화려하게 했는데 3집 컴백 무대는 MBC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졌다(별걸 다 기억하고 있다). 사실 1, 2집은 거의 전자사운드와 샘플링의 범벅이라고 봐야 옳은데 3집은 여태까지의 솔리드에 비해 많이 어쿠스틱해졌다. 3집은 팀 멤버인 정재윤이 나름대로 음악적 발전을 꾀했다는걸 알수 있는 앨범이다(멤버들 때깔은 3집이 제일 난다).
이때는 아마도 멤버들의 나이가 20대 후반쯤 되었을거다. 김조한도 볼빨간 증상이 많이 없어졌고 이준도 더 이상 두건을 앞으로 매어 쓰지 않았으며 정재윤에겐 나잇살이 늘어갔다. 그들도 더 이상 보이밴드로 명맥을 유지할순 없다 생각한 것인지, 3집은 1집이나 2집보다는 많이 성숙해졌다.
그리고 4집. 제목에서도 전혀 솔리드스럽지 않은 '끼리끼리' 란 곡으로 그들은 돌아왔다. 하얀색 비닐옷을 입고 백댄서를 동원한채 그들은 무대에서 노익장을 과시했고 사람들은 웅성댔다. 기획사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을 솔리드에게 요구(혹은 강요)했다는둥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어떤 이들은 4집의 패인이 '끼리끼리' 라는 곡이 대한민국 가요판에 너무 일찍 마이애미라는 장르를 들여왔다는데 있다고들 하는데. 글쎄. 아무튼 비닐(혹은 레쟈)옷을 입고 무대에서 방방 뛰던 모습은 대중이 솔리드에게 원한게 아니지 않을까 싶다. 3집의 타이틀은 '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였지만 그 노래는 타이틀 곡에 대한 예의라도 되듯 각방송사 1위를 잠시 잠깐 먹었을 뿐이며 '천생연분' 이란 곡은 중상위권에 아주 지겹게도 오래 올라앉아있었다. 4집때도 발라드를 타이틀로 내걸고 댄스곡을 후속곡으로 하는 그 형태 그대로 갔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이긴 하다.
멤버들의 잇다른 결혼, 4집의 실패(40만장 나간것도 실패라면)로 인해 솔리드는 해체했다. 하지만 난 당분간도 섭섭하지 않았던 것이, 정재윤의 곡들이 속속 가요계 상위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엄정화의 앨범에도 그의 곡이 하나 있고, 김건모에게 준건 아마 '악몽' 이던가 그럴거다. 난 그 가수들의 목소리 대신에 김조한의 목소리를 넣어 상상하며 혼자 즐거워하곤 했다.
이제 솔리드의 흔적은 '김조한' 이라는 발라드 가수 말고는 찾아볼수 없다. 고만고만한 특색없는 발라드 음악에 맞추어 노래를 하는 김조한 말고는.
… 아쉽다. 정재윤만이라도 곡 작업을 계속 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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