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매상까지 화요일(토고전)에 몰자라는 사장님의 느긋함에 감사해야 하는건지, 돈 한푼 없는 일요일에 쉬게 됐다. 다섯시까지 잠을 내쳐자고 일어나서 눈꼽도 안 떼고 어제 읽다만 캣츠비를 이어서 보고는 방정리도 좀 하고 슬슬 씻었다. 그리고 컵라면 한사발.

뭐 할게 없나… 싶은데 돈이 없다. 자전거나 타야지.

전에 같이 일했던 주방장님이 사준 저녁식사 맛있게 얻어먹고 담배까지 얻어피우고 자전거를 호수공원까지 실어다주는 센스를 발휘. 세상에 밤의 호수공원에 왜 가로등이고 뭐고 하나도 없는거지? 게다가 왜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거야? 사방 깜깜한데 자전거 전용도로 옆에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서 뭔가 훅 튀어나올것만 같다. 왜 때마침 주방장님의 작별인사가 생각나는거지.

"귀신 조심해라~."

…젠장. 달려. 달려. 또 달려.

"산책코스 다 돌려면 걸어서 두시간은 걸릴껄~?"

11시에 출발했는데 다 돌고 나니 11시 반이다. 이상하다. 빨리 안 달렸는데. 내가 다 돌지 않은거 아닐까? 주방장님 말로는 분명히 마두역까지 공원이 이어져있다고 했는데 내가 다 돌지 않은건가? 난 마두역에서 분명 호수공원으로 들어가본적이 있는데.
출발지였던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인도로 나가 마두역까지 달린다. 마두역까지 이어져있는지 아닌지 직접 확인해보면 될거 아닌가.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우리 가게앞도 지나간다. 밤이라 인도에 사람이 없다. 입고 있는 셔츠가 바람에 나부낀다. 팔뚝에 닿는 안개서린 공기는 차다.

마두역 도착.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육교를 올라간다. 이럴수가. 전에 마두역에서 호수공원을 들어갈때 이 길로 갔었던것 같은데.

육교를 내려가니, 아까 그 곳이다. 산책로 끝에서 내가 U턴했던 곳이다. 아차. 여기는…. 순간 입에서 '젠장' 소리가 절로 나왔다.

모르고 있었던건 나뿐이었어. 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던거야. 다 기억하는 것처럼 해놓고, 정작 나는 이런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어. 왜 그 생각이 이 장소에 와서야 생각나는걸까.

…빨리 일산 떠야겠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추억들 때문에 매순간 병신이 되는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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