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개월 전의 나 .

분류없음 2007/05/23 00:55 |
최근 날씨가 부쩍 다시 추워지고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한강물 중간까지 꽁꽁 언다면 시체가 멀쩡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거야 뭐 어때 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건 아니었다. 예정대로라면 내가 골라놓은 목 좋은 천호대교에서 수영을 못하는 내가 뛰어내린 뒤 일주일 뒤에 한강의 부유물로 발견되어야 했다.
그 예정일은 어제였다.
나에겐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갈 만큼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는걸 알았다. 집에서 나오기 전에 엄마에게 인사는 하고 나왔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시간이 별로 없다는데 조급해진 나는 남자친구에게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했고 그는 그것을 분명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 □□는 나 때문에 서울에서 사는거지?
- 그렇지.
라고 대답한 그는 내용을 추가했다.
- 너 때문에 사는거지.
'누구 때문에 산다.' 는걸 생각해 본 일이 있었던가. 난 이렇게 쉽게 목숨을 버리려하는데 누구 때문에 산다라.
어제 그저께 걸었던 다리에서 사람으로써 남은 눈물을 다 쏟아내고 온줄 알았는데 아직 눈물이 남아있었나보다. 나 때문에 산다는게 고마웠다.
그저 열심히 살자. 열심히 놀고 열심히 술 마시고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일하자. 나는 죽었다 살아났다.
그리고 우울증의 증세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한번 걸리면 이 따위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난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결심, 아니 그냥 단순히 생각하고 행동에 옮기려 한것이다. 우울증 걸리지 않게끔 노력하자 ..


 늘 그렇지만 , 과거의 나 자신을 후회하거나 하진 않는다 . 과거의 '나' 들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 천호대교 중간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내 시신의 훼손여부를 걱정했던것도 나였고 , (이 글에는 나와있지 않지만)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던 것도 나였고 , 남자친구와 죽기 전의 마지막 섹스를 하러 간 것도 나였다 .
 옛날 글에서 맘에 들지 않는 문맥을 고친다 해도 , 과거의 나를 현재의 나로 바꿀순 없다 . 그때의 나를 나로써 인정해야 한다 .
 이젠 자살 따위 고민하고 앉아있기엔 생각할것이 너무 많아졌다 . 빈 머릿속에 단기속성으로 '어른되는 법' 을 필요에 의해 집어넣고 있으며 그 방식이 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하기 위해 다분히도 노력한다 . 나는 그냥 '어른' 이 아니라 '어른 담패설' 이 되야 하니까 .